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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 당선

by OasiStock 2021. 6. 12.

예상은 했지만, 막상 예상대로 되니 더 놀랍다.

30대의, 그것도 0선 정당인이 보수 야당 당대표가 되다니...

현재 우리나라 2030 세대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히 짐작해볼 수 있을만 하다.

국민의 힘 홈피에서 퍼온 청주일보에서 퍼옴

이른바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도덕적 무결성을 기대했던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부 고위직의, 이전 정권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비위 사건들로 인해 '니들도 쟤들이랑 똑같구나' 하는 실망감을 갖던 차에 부동산 정책의 연이은 실패와 LH 투기 사건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을 몸소 체감하고 발등에 찍힌 도끼 빼내느라 낑낑 대고 있을 때 그동안 MZ세대들에게 꼰대집합소 정도로 취급되는 정당에서, 자신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또래의 정치인이, 심지어 국회의원 당선 경력도 없는 정치인이 당대표가 되겠다고 나서서 돌풍을 일으키니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있었겠나 싶다.

더군다나 이준석 당대표가 들고 나온 핵심 키워드가 '공정'이다 보니 지금 시기에 너무나 시의 적절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에는 연일 이준석이 토론에서 상대를 소위 말빨로 제압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언론에서도 '이준석 대 중진'이라는 프레임으로, 마치 '새 것과 낡은 것'이라는 느낌으로 연일 보도를 해대니 이준석의 당대표 당선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MBC 100분 토론 예고 캡쳐

나도 이준석 당대표의 국민의 힘 국회의원 및 당직자에 대한 기본자격 검증 공약에 대해 '오, 괜찮은 방법인데?'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토론 방송에 나와서 젠더 갈등에 대해서 하는 말들도 공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준석 당대표 당선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석의 '공정' 가치에 대한 구체적 실현 방법인 기본자격검증시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량화하여 검증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 능력은 얼마나 될까 싶다. 과연 엑셀을 잘 다루고,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할 줄 알고, 법조문에 대한 시험에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하여 많은 국민을 대표하여 그 뜻을 정치와 법에 반영하는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정말 '공정'하게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그리 오래 생각해보지 않아도 회의적이라는 답을 내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는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국민들의 뜻과 현실을 반영한 정치를 하는 데에 필요한 능력이 과연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영역일까?

토론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고, 객관적 평가에서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수를 얻는다고 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부딪치고 있는 이해관계를 조율해 서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을 잘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정량적 평가의 수단이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원천 차단이 되어 불공정의 또 다른 사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갈등의 원인 제공에 그치게 될 수도 있다.

 

국민의 힘 당대표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정치제도 안에서 인적 배경이 막강한 기존 의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혁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다루기 쉬운 당대표'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나는 애초 국민의 힘 지지자가 아니기에 지금의 현상이 그저 강 건너 불구경처럼 느껴질 뿐이지만, 그래도 방송 프로에서 많이 봐왔던, 정치인보다는 방송인이나 연예인의 느낌으로 더 익숙한 이준석이 그저 한 때 돌풍으로 끝나지 않고, 보수 정당의 대혁신을 이뤄내는 대단한 정치인으로 남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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