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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글쓰기

코인, 코인, 코인(feat. 궁금한 이야기 Y)

by OasiStock 2021. 5. 8.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온 나라가 주식에 홀릭이더니, 이제는 누구나 입만 열면 코인, TV를 틀었다 하면 코인, 인터넷 뉴스에서도 연일 코인, 코인이다.

 

오늘은 금요일, 우리 부부가 즐겨보는(정확히는 우리 중전마마께서 챙겨보시는) '궁금한 이야기 Y'가 하는 날이다.

평소 궁금한 이야기 Y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에 정신병자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프로그램명을 궁금한 이야기 Y가 아니라 '정신병자 이야기 Y'라고 해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거기서도 코인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인즉슨 어느 어촌 마을의 70대 할머니께서 코인에 1억을 투자했는데 3년간 존버한 지금 얼마가 되었느냐? 수익률이 무려 -99.5%(플러스가 아니다. 마이너스다.), 잔고가 42,000원(4억 2천 아니다. 4만 2천원이다)이었다.

어르신이 배짱도 좋으시지 어떻게 1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실체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코인에 투자하였을까?

 

역시나 한 번 크게 번 적이 있었단다.

2,000만원을 넣었는데 20여일만에 3,000만원이 통장에 똭! 찍히더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불러모아다가 거하게 한 턱 쐈는데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20일만에 천 만원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너도 나도 코인 투자, 아니 투기에 동참했더란다.

코로나 저리가라 할 정도의 무서운 전파력이다.

 

이 분들, 동네 미용실 원장님과 그 남편이 데려온 코인 투자회사 사람 브리핑을 미용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듣고, 짧은 시간에 큰 돈 벌 수 있다는 말에 홀려 현찰로 5천만원, 3천만원 등등을 갖다 바쳤다고 한다.

대단하다. 계좌이체도 아니고, 만원짜리로 5천만원~ Flex!!

다들 계좌에 5만원도 안 되는 금액이 남아서 속앓이를 하면서도 곧 오른다, 곧, 곧, 하는 미용실 원장 부부의 말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믿고 강제 존버 중이시란다.

1억이 4만원으로 - '궁금한 이야기Y'(사진=SBS)

방송을 보는 내내 내 속이 다 쓰려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중에는 29년 평생 손가락이 휘어지도록 일을 해서 번 돈 7천 5백만원 전부를 올인한 할머니도 계셨는데 참...

그 연세에 뭘 바라고 그렇게 투자를 하셨을까? 들어보니 그저 이제 일 안 하고 손주들 재롱 보면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 그 소박한 바람이 전부였다고 한다.

 

100세 시대, 20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도 아주 길게 잡아 60세까지 40년을 벌어 나머지 40년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하면서 시간을 보낸만큼 벌 수 있는 기간을 줄어드는 반면 버텨야 하는 기간은 늘어나는 꼴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 아껴서 뭐하냐? 현재를 즐겨야지~' 라고 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언제까지 살지 모른다는 말과 같다. 생각해보면 섬뜩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 살지 모른다.

내 나이 이제 마흔 하나, 앞으로 10~20년 벌어서 나머지 30~40년을 버텨야 한다.

준비가 안 되면 나도 오늘 방송에서의 70대 노인들(그래, 90세, 100세도 아니었다)처럼 헛된 희망에 홀려 가진 것마저 잃고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대지 않을까 무섭다.

 

주변에 코인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올인한 사람도 있는데 걱정이다.

할머니들까지 뛰어드는 것 보니 이제 정말 끝물이라 끝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막차에 올인하는 것을 보니, 다 자기 선택이고 스스로 감당할 일이라지만 안타까움에 겨워 끄적끄적 넋두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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