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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by OasiStock 2021. 5. 5.

밀리의 서재에 가입한 후 무슨 책을 먼저 읽어볼까 하다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이 미서비스라 실망했다.

그러다 기왕 가입한 거 뭐라도 일단 읽어보자 하는 마음에 추리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올라서 전에 서점에서 앞부분만 잠깐 읽고 못 읽었던 『가면산장 살인사건』이 생각나서 검색했는데 역시나 없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로 검색해서 나온 책들 중 제목이 눈에 띈 『공허한 십자가』 를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책의 도입 부분부터 굉장히 몰입되는 것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별로 대단치 않은 내용인데도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어 계속 뒷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어지게 했다.

 

『공허한 십자가』이 추리소설이다 보니 표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핵심 주제는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살인범에게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사형폐지론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나도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고 또 평소 사형 집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니 너무나 크게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다른 인물들을 통해 사형제도의 맹점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에서는 '아, 이런 점에서는 사형집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평소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것에 대해, 범죄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들의 아픔은 도외시되는 현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사형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일본의 형법상 강도살인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도 동일한 양형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번 놀랐다. '와, 일본은 강도살인에 대해서 아주 무겁게 처벌하는구나.' 하고 놀라고, '어? 우리나라도 똑같네. 그런데 왜 체감상으로는 형벌이 가벼운 것 같지?' 하면서 말이다.

요새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범죄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이 없는 판결이 많았었는데 법 자체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나보다(그럼 왜 판결이 그 모양일까?).

여하튼, 추리소설을 읽다가 이런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물론 이 책은 추리소설답게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단숨에 책을 읽어나갔다(다음날 하루를 비몽사몽으로 보내야 했지만). 엎치락 뒤치락하는 반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어찌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지만) 그렇기에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더 돋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디 볼만한 추리소설이 뭐가 있나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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