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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by OasiStock 2021. 5. 7.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위 질문에 대해 먼 옛날 현재 우리 인간 종인 호모 사피엔스 이외에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간 종들과 경쟁하며 그들을 '멸종'에 이르게 하던 때부터 오늘날 전세계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밀접하게 연관되어 움직이고 있는 이 시대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료와 연구들을 근거로 한 폭넓은 통찰을 통해 명쾌하게 답변해 나가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상당한 지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신선했던 점은, 다른 동물 종들에게는 없는, '사피엔스'만의 특징인 '상상력' 즉,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통해 신화를 만들고 그것으로 수많은 개체가 서로 같은 믿음을 공유하고 큰 사회를 이루게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저자가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유대교, 기독교 등 오늘날 수많은 신자들이 절대로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종교의 영역뿐 아니라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등의 이념 등도 신화로 취급하여 설명한다는 점이다.

만약 저자가 종교나 정치 이념들에 대해 따로 떼어서 설명을 했다면 별로 공감하지 못했을텐데 인류의 역사에서부터 한 직선 위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해당 종교나 이념의 발생 배경과 부흥, 쇠퇴에 이르기까지 서사적으로 설명을 해가다보니 그것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아,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수긍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기독교 신앙을 해왔던 터라 나도 모르는 새에 세상을 기독교 윤리관을 통해 구분 짓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는데(심지어 현재 기독교 신앙이 많이 흐려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그동안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상대적'이고, '특수한' 사고의 틀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무언가 상당한 해방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사피엔스의 상상의 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가 운영되며, 그 신뢰는 한 번 형성되어 사회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그 틀을 깨기 어렵고, 오히려 그것을 잘 이용하고 편승해서 현명하게 처신을 해야 시대에 걸맞는 삶, 윤택한 삶,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상상력의 산물인 수많은 신화 속에서 살아왔는데 오랜 역사를 가진 신화라고 해서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 모든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모든 인류가 가장 크게 신봉하고 있는 신화는 가장 역사가 짧은 자본주의라는 신화이며, 이 큰 틀 안에, 이전부터 오랜 역사를 가지고 흘러오는 신화의 잔상들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삶의 방향이 보였다. 역사가 오래되어 그 근원마저 불분명해지고, 본래의 메시지도 많이 왜곡되어 버린 종교나 여러 관습에 매일 것이 아니라 현재 그나마 가장 최신의 신화이며, 여전히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신화인 자본주의의 신봉자가 되어 최대한 그것이 구축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신화가 나타나 인류를 정복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때까지는 자본주의의 충실한 신자가 되리라.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집필하며 의도한 바가 이러한 결론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내게는 삶의 방향과 목적을 새로이 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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