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28 - 정유정

by OasiStock 2021. 7. 29.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다 읽자마자 『28』을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 대한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그냥 유퀴즈에 출연했던 정유정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7년의 밤』을 읽고 내친 김에 시리즈라 생각하고 이어서 읽었다.

정유정 작가가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던 데다 『7년의 밤』도 우발적 범죄자와 사이코패스 간의 대결을 그린 책이었어서 『28』도 범죄에 관한 책인가 했었다.

사실 『28』 하면 영화 '28일 후'가 떠올라서 좀비가 먼저 떠오르기도 했는데 책 구매 전 잠깐 책 정보를 보니 감염병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코로나로 긴 시간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때이다 보니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교보문고

『28』은 화양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감염되면 눈이 빨갛게 변하고 2~3일만에 사망하게 되는 원인불명의 인수공통감염증이 발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책이다.

주인공은 사람 다섯 명과 개 한 마리 정도가 되는데, 개썰매 경주의 유망주였다가 사고 후 고향에 돌아와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재형, 그 재형의 사고 당시 상황을 폭로했던 기자 윤주, 화양시 구급대원 기준, 화양의료원 간호사 수진, 재형의 개들을 죽이려 했던 문제아 동해, 그리고 감염병 최초 발생지인 집에서 탈출한 개인 링고가 그들이다.

 

책의 주요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화양시 구급대원 기준이 응급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집에서 개 사체와 병든 개들, 그리고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집주인을 발견하고 화양의료원에 이송하게 되는데 이 집주인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다른 구급대원과 병원 관계자들이 잇따라 감염이 되고, 의료원 간호사인 수진이 그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감염병은 그것이 감염병이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삽시간에 화양시 전역으로 번져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감염병의 전파를 막고자 화양시를 봉쇄하게 되고, 봉쇄된 화양시의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지옥에서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사투를 벌여가게 된다.

아마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이 메르스 사태 이후라서 감염병에 대해 실감나게 스토리를 펼쳐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마치 이 시기를 예언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염병 확산 초기의 사람들의 공포감과 정부대응의 미숙함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다만, 코로나와는 달리 소설 속 '빨간눈'으로 명명된 감염병은 치사율이 거의 100%에 육박할만큼 치명적이어서 현실보다 훨씬 긴박하고, 또 참혹하게 느껴졌다.

만약 내가 사는 도시에 감염되면 2~3일만에 거의 100% 사망하는 감염병이 돌고 있는데 그 도시가 봉쇄되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거기서 나와 가족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됐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마도 그런 상황이라면, 주인공들처럼 의연하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지는 못할 것 같긴 한데... 그 상황이 되면 또 그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내 안에 숨어 있었던 생존본능이 나를 이끌어 처절하게 싸우게 할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이다. 읽는 내내 그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모든 것이 해결된 상황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점점 더 절망적인 되어가는 상황 속에 '이 끝이 과연 어떨까? 극복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결국 다 죽고 끝나는 얘기인가?' 하는 의구심이 강해진다.

이 책의 스토리만으로 흥미진진하게 읽기에는 충분하지만, 『7년의 밤』에 연이어서 읽었더니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8』을 읽는 동안 『7년의 밤』에 비해 상당히 내용이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페이지 수를 비교해보지는 않아서 물리적으로 더 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훨씬 오래 읽은 느낌이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수 싸움이 첨예했던 『7년의 밤』이 상대적으로 더 긴박감이 느껴진다. 『28』은 긴박감보다는 극한 상황 속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답답함, 절박함, 절망감 등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여타 다른 재난 영화나 재난 소재의 소설 등에 흔히 나타나는 강한 인류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점은 정유정 작가 소설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28』은 코로나가 전세계를 2년 넘도록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지금과 같은 때에 시기적으로 딱 들어맞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에 애정이 넘치는 분이라면 더 몰입해서 보실 수 있는 책이니 더 추천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소설 중간 중간 링고라는 개의 입장에서, 개의 심리묘사를 하는 부분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소설인데 정말 소설 같은 느낌이라 거부감이 들었달까? ^^

그 부분만 빼면 한 편의 재난영화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한 내용의 책이다.

 

반응형

댓글